고객님의 급한 광고포스터 제작 의뢰!
2024년 2월 어느 날 상당히 젊으신 대표님의 목소리가 휴대폰 수화기에 들려옵니다. 긴 인사는 뒤로하고 저에게 본론적인 이야기를 먼저 진행하시는데, 해당 프로젝트가 매우 급한 상황인 것 같았습니다. 서초역 지하철 출구 쪽에 광고를 현재 진행중이신데, 포스터를 새롭게 디자인 하길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제 전문분야이기도 하여 선뜻 제안을 수락하고 이런저런 세부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디자인 패키지 작업으로
변경되다.”
다른 업체에서 촬영한 사진이 마음에 안드신다는..
저는 기존 사용했던 이미지를 전달 받은 후 브랜드의 톤앤매너는 유지하되 구성과 폰트 등 가장 기본적인 사양들만 바꾸는 방향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천천히 클라이언트 대표님 말씀을 들어보니, 제가 처음 생각했던 방향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메인 사진의 집중도가 상당히 떨어져 보였습니다. 그 보다 결론적으로 대표님이 원하는 컨셉의 사진이 아니었지만, 외주의뢰 특성*상 만족할 때까지 재촬영이 가능하지 않았던 터라 그냥 기존 맘에 안드는 사진으로 광고를 진행하신 상황이란걸 알게 되었습니다.
(* 거의 모든 스튜디오들에게 외주작업은 항상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일주일 이런식으로 작업대비 매출을 고려하는게 실정입니다. 1시간에 완성할 일을 2~3시간을 소비하며 완성하면 2~3배 매출손실로 바로 이어집니다. 시간이란 기회비용이 날리는 것이죠. 그래서 거의 모든 스튜디오들은 몇 컷 촬영, 1회 재촬영, 2회 수정 이런식으로 조건을 달아 계약서 상에 표기합니다.)

광고포스터만 생각하고 의뢰문의를 주신 대표님께서 저와 대화하면서 세팅지디자인과 식사메뉴얼제작까지 맡기셨습니다. 알고보니 저에게 추가된 작업들은 기존에 이미 다른 스튜디오와 작업을 하신 작업들이었습니다. 예전에 다른업체에 의뢰한 프로젝트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로 나와주지 못해 결과적으로 모든 프로젝트를 다시 저에게 맡기신 것 같았습니다. 저에겐 좋은 기회가 되어 이렇게 된 이상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스케쥴 전달드리고, 매장 방문 일정 확인 후 직접 출장촬영을 하기 위해 약속된 날짜에 찾아뵙기로 합니다.

항상 몇 번을 진행해도 느끼는 건 “출장촬영의 핵심은 체력이다” 입니다. 전쟁에 비유한다면 스튜디오 촬영은 내가 구축한 성 안에서 외부 침입자들을 방어한다는 느낌이고, 출장 촬영의 경우 상대방의 견고한 성까지 가는 험한 길부터 시작해서 성을 정복해서 깃발을 꽂아야 끝난다는 느낌입니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항상 그런 비유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엘린크롬 조명과 거치대, 배경지까지 들고 공용주차장에서 비오는 길을 걸어 매장에 도착하니 매장 직원들과 대표님께서 따뜻하게 맞아주십니다.^^
촬영 도중 생각치 않았던 컨셉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보조없이 혼자서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직원분께서 너무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너무 만족할 만한 컷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 글을 빌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립니다.




제가 브랜딩을 하거나 패키지 작업을 하는 방식은 광고에 힘을 가장 많이 분배하는 것입니다. 기초부터 하는 방식보다는 광고에 사용할 슬로건이나 메인이미지에 시간과 노력을 가장 큰 비중으로 두고 가장 첫 스타트를 끊는게 저에겐 가장 적합한 방식인 것 같습니다. 이것이 다른 스튜디오와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독자적으로 터득한 와일드피쉬만의 방식입니다.




포스터 외 작업된 세팅지는 레이아웃 빼고는 대표님이 원하시는 톤앤매너가 잘 반영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고객분들을 응대하시는 특성상 대표님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이 설명서는 처음에 제가 만드시는 목적을 잘 몰라서 계속 몇 번이고 여쭤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명품 수비드 닭볶음탕이기에 먹는 방법도 정확히 설명해주어야 고객분들이 가장 만족스럽게 드시고 간다고 합니다. 들어보니 반드시 필요한 설명서였습니다.
